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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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봄에는 젊은작가상, 김멜라 대상"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맞는 열다섯 번째 봄이다. 2021년부터 <나뭇잎이 마르고>, <저녁놀>, <제 꿈 꾸세요>라는 걸출한 작품으로 매 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사랑하고 욕망하는 작가 김멜라가 <이응 이응>으로 마침내 대상을 수상했다. 연인과의 '바로 그 포옹에서 시작'(48쪽)된 이 이야기는 '성적 욕망을 해소해주는 기계'가 있는 어떤 세계에서 감각 신경세포에 주어지는 (그야말로 기계적인) 자극이 아닌, 지금은 사라진 특정한 누군가와의 포옹을 그리워하는 인물 '오미자물'에게 귀를 기울인다. 살갗이 아니라면 우리가 놓이는 자리는 어디여야 하는지 질문하는 이 이야기는 오독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전진하는데, 놀랍게도 이야기의 끝은 '저녁놀'의 빛깔처럼 따스하다. 사랑하고 욕망하는 김멜라의 인물들은 일관되게 오해를 무릅쓰고 전진해왔다는 점에서, 작가의 현재가 집약된 소설로 읽혔다.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는 미래시제에 놓여 있다.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영 센터의 강습반에서 헤엄치는 느린 수영인 '주호'와 '희주'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와 함께 읽을 수 있을 공현진의 미래소설, 문장웹진에서 2만 회 이상 읽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로 화제가 되기도 한 <보편 교양> 김기태의 미래 소설, 진짜 신할머니를 차지하려는 굿 장면이 광기로 번득거리는 <혼모노> 성해나의 미래소설 등을 기대해 본다. 김지연의 <반려빚>의 '그날 밤 꿈에서 정현은 반려빚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207쪽) 같은 장면을 상상하며 나도 나의 반려빚을 잘 달래고 갚으며 도래할 소설을 만나기 위해 잘 살고 싶어졌다. 세계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소설 속에서 산책할 수 있다. 수상을 축하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마 자신은 묵은똥을 싼 것처럼 가뿐할 것 같은데, 몸뚱이를 갖고 사는 게 늘 조금은 힘겨웠으니 거기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