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눈꽃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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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앞표지/뒤표지
  2. 본문
  3. 판권

이 책의 첫 문장

“영의 무생물 이동의 법칙이라.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는 곳까지는 이동할 수 있다……’ 과연.” “또 그걸 읽는 거야?” 책에서 얼굴을 든 가사사기는 옅은 눈썹을 거듭 씰룩거리며 말했다. “『머피의 법칙』은 몇 번을 읽어도 배워야 할 내용이 바닥나지 않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실패의 예, 그것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재주꾼들의 말로 완벽하게 망라해놓은 게 바로 이 책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실패란 무엇인가를 샅샅이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히구라시.” 이 말은 벌써 몇 번이나 들었다. 가사사기가 말하고 있으면 나도 동시에 입을 움직이며 따라 할 수도 있다. 바깥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짤막하게 들렸다. 나미가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중년 남자가 도로에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듯하다. “아, 죄송합니다. 바로 옮길게요. 저기, 택시 기사님이 화내고 있어. 히구라시 씨가 어중간한 곳에 놓아둔 장롱이 방해된다면서.” “그것 봐!” 가사사기가 내 쪽을 보더니, 손에 든 『머피의 법칙』을 가리키며 스스로도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