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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신이 없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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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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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해안에 면한 작은 도시가 있다. 여름에는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겨울에는 모두들 떠났다가 크리스마스만 잠시 즐기러 돌아오는 휴양촌이다. 열일곱 살인 엘리오는 명망 높은 학자인 아버지가 초대하는 손님들과 이곳에서 매해 여름을 보내는 게 익숙하다. 익숙하고도 지겹다. 스물네 살의 젊은 학자 올리버가 여름을 보내기 위해 그들을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태연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도, 그러다 거절당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오는 관찰한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엘리오는 기다리고 있다. 만약 올리버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호기심을 드러낸다면, 혹시라도 욕망을 가진다면 자신은 금방 그에게 빠져버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말이 태어나는 순간에.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이제 마법 혹은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 둘은 서로에게서 뜨거움을 느끼고 그 열기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특히 엘리오는 마치 수많은 실연을 겪고 나서 지쳐버린 사람처럼 소심하고 조심스럽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엘리오는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게 될 까봐 두려워한다. 엘리오는 사랑을 향한 열망이 너무 커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 강렬한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그는 지친 게 아니라 마치 자신의 초능력을 두려워하는 슈퍼 히어로처럼 보인다. 그 정도로 이 젊음은, 젊은 사랑의 힘은 강력하다.

<그해, 여름 손님>은 무덥고 아름다운 휴양촌의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열기를 더해 가는, 젊고 작은 사랑 이야기다. 여기에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독특하거나 기발한 전개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이 겪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격한 순간에도 정제된 문장은 이 소설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한다. 마치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 작은 마을이 세계의 모든 영역인 것처럼. 이 소설은 많은 이들의 꿈속에 등장했던 바로 그 이야기이다. - 소설 MD 최원호
이 책의 첫 문장
"나중에요!" 이렇게 말하는 특유의 목소리와 태도. 헤어질 때 "나중에!"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추천사
단연 뛰어난 소설이다. 안드레 애치먼이 표현한 아름다움과 열정의 순수함은 이 특별한 소설을 최고의 낭만 소설 자리에 올려놓았다.
-찰스 카이저(워싱턴 포스트)

이 빛나는 소설은 풍성하고 감각적이다. 안드레 애치먼은 두 인물의 싹 트는 관계를 매우 절묘하게 그려 냈다.
-카렌 캠벨(보스턴 글로브)

이 아름다운 소설은 문장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진실한 감정을 담고 있다.
-마이클 업처치(시애틀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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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인간의 일을 맡길 수는 없다"
센스메이킹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지음, 김태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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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다.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차고 넘친다. 감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에 출전할 라인업을 결정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면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다. 그래서 감독의 감이 중요하다. 물론 그 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날그날 선수들의 기분, 몸상태, 팀 분위기 등 팀을 오롯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귀중한 진실 역시 말해주지 않는다. 데이터의 양이 많아질수록 잘못 판단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 책이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강하게 꼬집는 이유다.

각종 수치가 곧 진실이라는 믿음이 팽배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빅데이터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넓게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깊게 제대로 아는 것이다. 책은 깊게 알기의 방법으로 인문학적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센스메이킹은 그 통찰력을 기르는 일이다. 알고리즘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경험과 행동에 주목하여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센스메이킹은 유용한 분석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야구를 잘 아는 감독과 사람을 잘 아는 감독, 어느 쪽이 명장일까. 이제 감독도 경영자도 모두 센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판단의 결과 역시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포드 모터 컴퍼니Ford Motor Company의 본부를 방문하면, 처음 눈에 띄는 것은 국기들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왜냐하면 빅데이터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빅데이터는 경험주의자의 태도를 반영한다. 그래서 방정식에서 인간의 편향을 제거하고 싶어 하며, 귀납적 탐구 방식을 버리고 연역적 사고를 받아들인다. 충분한 데이터가 있으면 수치가 저절로 진실을 말해주며 이론은 필요 없다. 그러나 구글 플루 트렌즈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상관관계가 시사점을 갖고 인과성을 확립하려면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도 전통적인 연구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의미는 여전히 해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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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될 때 펼쳐보시오"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줄리언 반스 외 지음, 존 위너커 엮음, 한유주 옮김 /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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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조언은 차고 넘친다. 성실한 이라면 이런 조언 없이도 무언가 써나갈 테고, (나처럼) 불성실한 이라면 이런 조언 가운데 글쓰기를 피하거나 미루는 데 도움이 될 조언만 골라서 핑계거리를 마련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찾아 읽는 건, 그러거나 말거나 글쓰기에 관한 조언만큼 재미난 글도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기 싫을 때나 하기 힘들 때, 무언가보다 무언가에 관한 무언가를 찾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다.

이 책에는 무려 400여 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같은 상황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애초에 “쓰지 않으면 된다”며 위로를, 일단 “완성하라”며 용기를 건네기도 한다. 물론 읽는다고 완성되는 건 아니다(이 소개글이 그 증거다). 그럼에도 작품 안에서 인물과 대화를, 작품 바깥에서 동료 작가, 독자, 편집자를, 삶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차례로 읽다 보면, 지금 내가 찾고 있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지 비빌 언덕이 보이기 시작한다. 착각이라 해도, 기분 좋게 제자리로 돌아와 도움닫기를 하는 데에 충분한 말들이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소설가라면 정말로 살아 숨 쉬는 사람을 창조해야 한다.

옮긴이의 말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첫 문장이 생각나지 않을 때마다,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마다, 인물이 지루하게 보일 때마다 이 책을 펼치고 용기를 얻어 자신만의 글을 완성하기를 바란다.(한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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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종합 선물세트"
신이 없는 달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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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 춘하추동 사계절의 풍물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삶 속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갈등을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과 함께 그려낸 연작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세 번째 시대 소설 작품집으로 달력의 열두 달에 해당하는 열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표제작인 '신이 없는 달'은 말 그대로 당시 사람들에게 신이 자리를 비운 달로 일컬어지던 10월 밤에만 도둑질을 하는 이상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다. 탐정(?)이 등장하면서 고전 추리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가슴 아픈 이야기로 이어진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드라마 코드라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꽤 코믹한 이야기도 있고, 당연히 괴담 류의 단편도 은근슬쩍 자리잡고 있다. 천재적인 인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대체로 평범한, 시대는 다르지만 이웃 같은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집 답게 내용 자체가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인물들이 안겨주는 친근감이 가득해서 흐뭇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환상적인 동네이고 과거의 동네이지만 어쩐지 내가 아는 동네인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많은 부류의 인물들을 엮어낸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언제 어느 때나 읽기 좋은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 종합 선물세트다.
- 소설 MD 최원호
이 책의 첫 문장
불이 난 때는 섣달 스무여드렛날 밤, 이타미야 사람들이 모두 깊은 잠에 들었을 즈음이었다.

책 속에서
사키치는 오미요만이라도 가마에 태워 주고 싶었지만,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그의 품에는 글자 그대로 땡전 한 푼 남아 있지 않았다. 둘 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의원에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몸이 식을 대로 식고 녹초가 되어 있었다.
흘러오는 국수 국물 냄새, 노점에서 초밥이나 튀김을 집어먹는 직공 같은 남자들, 심부름을 나선 꼬마가 찬가게의 콩조림을 주발 가득 사서 돌아가는 모습―그 모든 것을 외면하고 그저 걷기만 했다. 솜옷을 입고 추위에 달달 떨면서 곁을 걷고 있는 오미요도 그런 모습을 다 보고 자신과 똑같이 느낄 게 분명한데도 배고프다는 소리를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사키치는 울어 버리고 싶을 만큼 비참했다.

p.3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