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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여덟 개의 산 법으로 읽는 유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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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이상문학상의 선택, 손홍규! "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손홍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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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문학 읽기의 시작.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중ㆍ단편소설을 선정해 소개하는 이상문학상이 2018년, 독자에게 손홍규를 소개한다.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등의 소설집을 엮었던 작가, 아직 많은 독자에게 널리 읽힌 작가라고는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직하게 자신의 소설을 써 온 작가의 발견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 아주 새로운 것을 새삼스레 시도하려 하지 않는 소설의 수수함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불한당들이 모여 있는 술집에 상복을 입은 젊은이가 등장한다. 그 젊은이를 보며 불한당들은 비열하게 살아온 삶과 이루지 못한 것들을 생각한다. 나이 든 남자도 청년을 본다. 아내는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고, 딸은 가출했고, 아들은 소재를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 가혹한 노동을 하며 몸을 다치고, 잃어버린 자식들과 시어머니를 생각한다. 모욕과 구토를 견디면서도 그는 조리원으로서, 노동조합원으로서 삶과, 자본과 싸우고 있다. 각 인물들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인생, 비애롭기 이를 데 없다. "삶이란 본질적으로 비극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치 속에 죽어갔을까", "내가 온 힘을 다해 걸어왔던 길고 긴 시간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찰나에 가까웠던 짧고 허망했던 그 순간들만은 왜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일까." 등의 문장으로 묘사되는 비애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단단한 문장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농사일을 하다 손가락을 잃은 아버지가 보이던 기이한 활력과 그 실패를 "불안의 대상, 증오의 대상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과 마주하고 그것을 껴안고 그것을 화해하려는 시도"로 기억하는 아들이(문학적 자서전 中) "소설을 깊이 사랑하는 자는 소설을 깊이 의심하고 증오하는 자임을 매번 깨달으면서." (수상 소감 中) 길어올린 소설로 독자 앞에 섰다. 축하를 보낸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죽어서야 부패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부패가 시작되었음을 일러주는 듯한 노인의 냄새. 별로 동정할 가치도 없고 죽어 사라지면 그걸로 끝이며 아무도 죽음을 기억하지 않게 될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그는 스스로 이상하리만치 냉담했다. 초연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일어나게 될 일이었기 때문이었고 그러한 운명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중략) 생각만 해도 화가 나. 나는 이 세상과 청산할 게 없어. 나는 빚진 게 없어. 비록 내가 죽는다 해도 내 몸뚱이에 손을 댈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겠지. 그러고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치 속에 죽어갔을까. 자기가 죽고 난 뒤 벌어질 일을 끔찍해하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절망감 속에 죽어 갔겠지. 내 남편의 어머니, 나의 시어머니, 혹시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시나요.?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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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말과 글이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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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정철은 참여정부 5년 동안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루기까지 말과 글로 보좌해왔다. 오랜 시간 언어라는 지점에서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과 깊게 만난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 민주주의' 관점에서 두 대통령을 이야기하고, 민주주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말과 글의 힘에 관해 풀어낸다.

저자는 극단적 이념의 시대, 극단적 효율의 시대가 자리 잡으면서 '공존과 평등의 언어', '배려와 존중의 언어'가 설 땅이 좁아졌을 뿐 아니라, 이기적.비인간적.일상적 무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언어에 담긴 문명성, 양식, 이성의 현주소를 다섯 가지 키워드(평등, 배려, 공존, 독립, 존중)로 살펴보면서 '언어 민주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예부터 어른들은 "직업에는 귀천(貴賤, 귀하거나 천한 것)이 없다"고 가르치셨다.

추천사
양정철이 지난 세월 산 인생의 과정은 '민주'의 '홍보'였다. '홍보'는 곧 '언어'를 말하는 바, 이번엔 반대로, 어떤 면에서는 더 본질적으로 '언어의 민주'를 말하고 있으니 이제 편안히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비친다. _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살다 보면 외로움을 즐기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더러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외로움이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느끼는 날이 오기를 응원하며……. _ 유시민(작가)

정치인은 홀로 빛난다. 혼자 똑똑하다.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했다고 한다. 양정철은 자기를 낮춘다. 주위를 비춘다.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안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짠하다. 그리고 찡하다. 양정철은. _ 주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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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메디치상, 스트레가상 동시 수상작"
여덟 개의 산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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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알프스 산악 마을에 사는 두 소년에게 산은 무한한 놀이터이자 비밀을 간직한 신비한 장소다. 작은 개울의 수원지를 찾아 올라가다 숨겨진 빙하 호수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산의 역사를 함께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년들의 아버지에게 산이란 지긋지긋한 삶의 터전이거나 정상을 정복해야만 의미가 있는 곳. 각자의 아버지의 바람대로 한 소년은 밀라노로 떠나 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소년은 산에 남아 벽돌공이 된다. 어른이 된 소년들은 아버지들의 방식을 거부하고 산을 외면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산을 잊지 못한다. 다시 산으로 돌아와 함께 집을 짓기 시작하고, 산은 때로 냉혹하게, 가끔은 따뜻하게 이들을 품는다.

이탈리아 해발 2천미터 산 속에 작은 집을 짓고 혼자 살며, 펜으로 종이에 원고를 집필하는 작가의 성정이 등장인물에 그대로 녹아있다. 아름답고 웅장하기만 한 산이 아닌 겨울이 되면 눈사태가 나고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는 자연 그대로의 산이 등장한다.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그의 작품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연상케 한다. 2017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을 동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38개국에서 출간 계약되었다. - 소설 MD 권벼리
책 속에서
하늘이 구름에 걸려 있지 않을 때는 헤드 랜턴을 바로 끄곤 했다. 낙엽송 사이의 오솔길을 찾는 것은 반달과 별빛으로 충분했다. 숲이 잠을 자는 그 시각은 계속해서 쏴 하고 콸콸대며 흐르는 개울과 내 발걸음을 제외하고는 움직임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렇듯 고요한 가운데 물소리는 청아했고, 무성한 초목에 가려 수그러들었다가 자갈밭 위에서 점차 맑아지는 곡류, 급류, 폭포수 소리를 모두 구별해낼 수 있었다.
위쪽에서는 개울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바위 사이로 사라져 지하로 흘러가는 지점이었다. 훨씬 낮은 음으로 분지에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호수는 움직이는 밤하늘이었다. 바람은 잔물결을 이쪽에서 저쪽 해안으로 밀어냈고, 까만 물 위의 물결을 따라 펼쳐진 별빛은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다가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곤 했다.나는 그대로 멈춰서 그 그림같은 광경을 바라보았다. 인간이 없을 때의 산의 삶을 체험한 것 같았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게 있었고 거기서 제법 환영받는 손님이었다. 이런 산이 나와 함께 있어준다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p.233)

그 당시 내게 세상의 중심은 브루노와 내가 함께 지은 집이었다. 6월에서 10월까지, 장기간 그 곳에서 지냈고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그들도 한눈에 반해버려서 도시에서 그리워했던 친구들을 결국 산에서 얻게 되었다. 평일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고 장작을 패거나 오솔길을 배회하며 혼자 지냈다. 나에게 고독은 친숙한 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전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여름철이면 토요일마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늘 있어서 은둔자의 오두막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고, 한때 아버지와 함께 다녔던 대피소와 비슷해졌다. 탁자 위의 와인, 불 켜진 난로, 늦은 시간까지 토론을 벌이는 친구들, 그리고 하룻밤 동안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세상과의 동떨어짐이 함께했다. 대피소는 그런 친밀함의 온기로 따뜻했고, 그로 인해 방문객이 오가는 사이 불씨를 지킬 수 있었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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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한동일, 법을 통해 읽는 서양사"
법으로 읽는 유럽사
한동일 지음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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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법학은 실용 학문 측면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답을 찾기 어렵다. 모든 법의 뿌리인 로마법 및 초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법학자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교회법 박사이자 라틴어에 능한 저자가 한국법의 모태가 되는 유럽법과 역사를 연결한 책을 집필했다.

서양 법의 근저에 무엇이 있는지 밝히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로마법과 교회법, 보통법의 흐름과 원리를 살펴본다. 특히, 교회법과 보통법에 중심을 두어 상세하면서 알기 쉽게 서술한다. 유럽 도서관의 자료 재확인 및 두 번의 레바논 현장 답사를 통해 초판에서 발견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여 개정 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국내에서는 서양 법제사 연구가 다소 피상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현재 유럽의 (서양) 법제사 강의는 전통적인 시빌로civil law와 커먼로common law에 대한 개념적 구분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비교법학ius comparatum이라는 큰 틀 안에서 유럽 및 전 세계의 법제사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추천사
우리 학계는 대륙법과 영미법의 토대이자 뿌리인 로마법 및 초기 교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이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가문 날의 단비 같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읽을 만한 법학 교양서가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법으로 읽는 유럽사』는 법학도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법(학)과 관련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_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