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지적 재산권 같은 건 없다. - 장 뤽 고다르 이 표현이 겸연쩍기는 하지만 나는 해적이다. 내가 하는 일들은, 누군가는 법외 행위라고 포장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 본다면 명백히 불법적인 일들이다. 가령, 나는 비공개 영화 토렌트 사이트 카라가르가(Karagarga)에서 사람들이 요청하는 영화 자료들을 구해서 업로드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요청하는 영화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고, 그런 영화들을 구하기 위해 해외의 중고 시장을 찾아보거나, 이런저런 아카이브에 직접 방문해 보안의 허점을 찾거나, 심지어는 극장에 방문해서 상영되는 화면을 휴대폰으로 몰래 찍어 ‘캠버전’을 제작하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밀수 행위들이 개입한다. 나는 고소의 위험 때문에 이 모든 행위를 소상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내가 이런 방식으로 밀수한 몇몇 영화들은 나로 인해 세상 바깥에 실상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작품들도 존재하고, 우부웹(UbuWeb)과 같은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아카이브 사이트에서 내가 업로드한 영화들을 역으로 밀수해 가기도 했다는 점 정도만 언급해 두겠다."
영화도둑일기. 한민수 지음지금 내가 선 시에나, 로렌체티의 <좋은 정치의 알레고리> 앞과, 몇 년 전 삼십 년도 넘는 망명 생활 끝에, 어른이 되어, 리비아에 남아 있었더라면 되었을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잠시 고국 땅을 밟았다가 트리폴리를 떠나 다이애나와 함께 로마에 내린 그 순간 사이의 거리, 그리고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을 보고 나서 그들을 찾다가 산탄드레아 알퀴리날레 옆 녹지 소나무 아래에서 쉴 곳을 발견한 그 시간 사이의 거리.
시에나에서의 한 달. 히샴 마타르 지음, 신해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