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젊은날을 보냈던
얼어붙은 호수 위에, 검은 구멍을 뚫어놓고
아버지 무엇을 기다리시나
얼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흰 뿔 같은 정적
아버지 뒤로 하얀 그림자 우뚝 일어선다
누군가에게 길을 가르쳐주려는 듯
바람 세찬 쪽으로 띄워놓은 연잎 만발한 꽃처럼
아버지가 밟고 가는 얼음무늬들
깨졌다 다시 얼어붙으며
흰빛으로 가득 찬 얼음천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버지 눈 속에 숨은
바늘끝 같은 살얼음들이다
그 뜨겁고 환한 눈길에 온몸을 맡긴 듯
눈송이처럼 어디론가 끝없이 흩날리고 싶은 밤
마음에 숨긴 무수한 잔금들까지 얼어버린
아버지 돌아오신다
돌밭을 헤매듯 얼음투성이 마음속을 헤맨
정적 속에서 태어난 눈부신 흰소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