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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무렵
문동만

교각을 처마로 둔 바람 뚫린 집 낯선 사내 하나 큰일을 치르듯 골판지로 바람벽을 세우고 있었다 사람의 거처라고 하기엔 낮고 짐승의 집이라고 하기엔 깊은데 밤바람은 살짝 손이 곱고 천변의 물풀들도 마른 살을 오그리며 살비듬을 터는데 순간 그 바람벽 안에서 낮고 시린 옹알이소리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집이 없으므로 집을 생각했을 사내는 남의 새끼들 시린 등짝에 궁극의 거처를 마련해주고는 마른 손바닥을 탈탈 털었다 여린 솜털들이 잠깐 별빛에 반짝이다 흩어졌다 사내는 끝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등짝으로만 집을 짓고는 어떤 세간이 들어 있는지 모를 때 전 바랑을 멨다 천변을 따라 북쪽으로 그믐 쪽으로 식솔도 마중 나오지 않을 겨울 쪽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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