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오늘의시 테마별시 알림
불빛을 찾아
이시영

아직은 잠들지 못한다

앞서간 형의 밤길 너무 오래고

한 다리 어둠에 빠져

외다리로 걷고 있을지라도

어디선가 타고 있을 형의 불빛을 찾아

아직은 더 함께 이 벌판에서

캄캄하게 술 마시고 노래 불러야 한다

우리가 함께 누운 벌판, 그대로 벼랑이 될지라도

이 세상의 끝이 되어

형의 발자욱 이미 찾을 수 없을지라도

형과 같이 걷지 못했던 스스로의 발자욱들 되밟고

돌아갈 수는 없는 것

뉘우침의 서로의 뜨거운 발밑에 누워

밤의 늦은 고요 등성이에 누워

용서받기 위해 더 크게 노래 불러야 한다

땅 끝까지 스미라고

땅 끝의 새벽까지 스며

새벽 힘찬 발소리 들려오라고

벼랑더러 들으라고 하늘더러 대답하라고

찬 흙에 볼 비비며 노래 불러야 한다

우리들의 숨결에 더운 불빛이 일 때까지


〈1976〉



세상의 모든 시詩
당신을 위한 시 한편
날마다 시요일
<시요일> 앱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