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잠들지 못한다
앞서간 형의 밤길 너무 오래고
한 다리 어둠에 빠져
외다리로 걷고 있을지라도
어디선가 타고 있을 형의 불빛을 찾아
아직은 더 함께 이 벌판에서
캄캄하게 술 마시고 노래 불러야 한다
우리가 함께 누운 벌판, 그대로 벼랑이 될지라도
이 세상의 끝이 되어
형의 발자욱 이미 찾을 수 없을지라도
형과 같이 걷지 못했던 스스로의 발자욱들 되밟고
돌아갈 수는 없는 것
뉘우침의 서로의 뜨거운 발밑에 누워
밤의 늦은 고요 등성이에 누워
용서받기 위해 더 크게 노래 불러야 한다
땅 끝까지 스미라고
땅 끝의 새벽까지 스며
새벽 힘찬 발소리 들려오라고
벼랑더러 들으라고 하늘더러 대답하라고
찬 흙에 볼 비비며 노래 불러야 한다
우리들의 숨결에 더운 불빛이 일 때까지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