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오늘의시 테마별시 알림
사랑과 자비
황인찬

맞아, 그 여름의 바닷가에선 물새들이 끊임없이 울고 있었어 젊은 사람들이 해변을 뛰어다녔고 맞아, 우리는 개를 끌고 나왔어 그런데 그 개는 어디로 갔지?


쌓인 눈을 밟으면 소리가 난다

작은 것들이 무너지고 깨지는 소리다


우리는 그때 맨발로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고 있었어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신발을 잃어버리고도 서로를 보며 그저 웃었고 그때 우리는 두 사람이었지


한 사람의 발자국이 흰 눈 위로 길게 이어져 있다

아주 옛날부터 그랬다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웃고 있는 서로를 보며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을 보고 또 알았는지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이런 삶은 나도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니 새하얀 입김이 공중으로 흩어졌고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가득한 여름의 도시를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젖은 발이 뜨거운 지면에 남긴 발자국이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도 모르는 채로


겨울 호수를 따라 맨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이 시집을 구입하신 분들이 구입한 시집
세상의 모든 시詩
당신을 위한 시 한편
날마다 시요일
<시요일> 앱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