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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꽃
김윤이

옥탑방, 창에 대고 입김 불면 하얗게 얼어붙은 한 무리 되새떼가 날아오른다

북쪽은 어디일까 성에가 녹은 자리로 골목을 굽어본다 바람이 허랑한 몸속을 맴돌아나가고 여린 날개뼈가 결빙음 내며 다시 얼어붙는다

새들의 흰 뼈가 쌓인다 하늘은 이름 없는 무덤으로 흐려진다


나는 잠 속에서 날개 포륵거렸다

시신의 버드러진 기운처럼 겨울비가 내렸다

나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는 것일까 으르르딱딱─ 이빨 부딪치면 흰 사기들이 창틀에서 부서져나갔다 약한 것들은 제 몸이 부서질 때마다 소리를 냈다

내가 깨뜨린 사금파리가 발밑에서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해는 산그림자 속으로 떨어진다

창에 볼을 문대면 푸릉─ 콧김을 내는 짐승이 날개 젓는다

비상(飛上), 비상(飛上)…… 나는 가만히 손가락 대고

손끝에서 반짝,

보안등 아래 물방울이 조랑조랑 달린다

세상의 기울기가 다른 곳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새들은 북쪽으로……

손톱자국이 나게 유리창을 긁으면 맹폭한 짐승이 부푼 날개로 쩡! 날아오른다


온종일 하늘 어둡고

실핏줄 뻗치는 성에꽃, 눈부시게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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