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나
다리 위에서
흰 개가
내 쪽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알아차렸다
그 개는 오래전에 죽은
나의 할머니인 것을
할머니는 따라오라는 듯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꿈에서도 할머니는
마르고 쓸쓸한 개
우리는 같이 걸었다
예전에
그녀가 살았던 곳
우물 옆 흙집
파꽃 핀 채마밭을
빨래터를 지나
언덕 위의 장로교회
논물이 반짝이는 논길을
좋겠다, 할머니는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되니까
다음을 내려놓았으니까
나는 할머니를
오랫동안 끌어안았다
품에서 흰 것이 빠져나갔다
조용한
눈물이 귀로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