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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가
심재휘

하루를 헐어서 구립 도서관에 갔네

빌린 책을 옆에 끼고

갖가지 제목의 책들로 꽉 찬

서가 사이를 지나가면

창가 자리는 원래 누구에게나 비어 있네

그곳은 나를 위해 비어 있도록 태어났네

책은 읽는 척만 하고 2층이어서 창밖을 한나절 읽었네

굴뚝을 여럿 달고 있는 오후는 가난했지만

햇살로 내 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했네

가난을 배우러 도서관에 간 것은 아닌데

창에 얼비치는 내 얼굴만은 외면하고 싶었네

그 표정은 책을 읽듯 할 수는 없어서

나는 가련했네

도서관에 갔다가

문맹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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