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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과 시인의 아내
런던
심재휘


런던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부고를 듣는다 정귀례 여사 남편을 잃고 35년을 더 살다 간 김종삼 시인의 아내 집에 돈 한푼 가져다준 적 없이 남편은 밤마다 술 취한 채로 돌아와 시를 썼다고 가냘프게 입을 막고 웃던 그녀


낯선 밤을 밤으로 여기려고 애쓰다가 기어이 일어나 앉으니 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줄지 않아서 아내를 다시 만난 김종삼처럼 술을 마시고 시인처럼 시를 써본다

그와는 웃음이 다르고 가난이 달라서 따라갈 수 없는 구부정한 외로움이 달라서 나는 겨우 술이나 한잔 더 따라 마실 뿐인데 빗소리에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는 그 말


유리창을 긋는 빗물이 시가 아니라면 밤비 속에 앉아 울어주는 지빠귀가 시가 아니라면 도대체 시인이 못 됨으로 뭐가 시인지 잘 모른다는 그 말


아내를 만나 오래 웃는 김종삼, 시도 술도 다 필요 없다는 그의 말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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