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쓸 때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내가
‘시 창작 입문’을 맡고 있을 때
그는 내 학생이었다
먼저 둘러앉아
도자기실에서 가져온 올망졸망한 찻잔에
발효차를 내려 주면
홀짝홀짝 마시며 잡담으로 한 시간
마침 거기는 온돌이 깔린
교실이어서 누구는 엎드려서
누구는 이리저리 뒹굴면서
누구는 코를 골면서
시 쓰는 데 한 시간
그날 쓴 시를 돌아가며
소리 내서 읽고
조금은 우쭐하고
조금은 부끄러우면서
마음이 열리는 데 한 시간
그날따라 잡담이 길어져
그럼 오늘은 딱 한 줄만 쓰자
이렇게 해서 그가
그날 쓴 시 한 줄
내가 모르는 저 숲이 먼저 나를 알아본다*
제목도 행간도 없는
단 한 줄, 그의 열아홉
그때 우리는
저 숲속의 작은 나무들이었다
* 정해강(1999~2020)의 유고 시집 『내가 모르는 저 숲이 먼저 나를 알아본다』(작은숲,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