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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세상에 같이 있어요
유혜빈

오늘은 모두와 함께 있어요. 어제도 모두와 함께 있었어요. 그제도 함께 있었는데. 사람들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아도, 그 자리에 왜 네가 있냐고 화를 내어도, 시간은 계속이라는 말이니까요.

매일 나는 유리창 밖에, 방 안에, 방 밖에, 플라스틱 박스 안에. 나는 들어간 적 없는데 누가 자꾸만 넣어놓나요? 누가 선 그어놨어요? 나라고 하면 화낼 거예요. 우리 거기선 진지한 얘기만 해요. 내 얘기가 안 들리는 걸지도 몰라요. 선이란 그런 거예요. 그 안에서 나 그래도 책임감 있는 사람이에요. 선 넘어가면 다들 화나니까요.

그나마 즐거웠던 건 그저께, 세상이 무너질 때 모두와 함께 있었어요. 곧 세상이 무너진대도. 바다가 덮쳐온대도 농담이나 하고 있었어요. 손잡고 있었어요. 선 같은 건 내 세상 밖에 있던데요. 아무래도 그런 건 밖에 있는 게 좋겠어요. 무너지는 세상에 같이 있어요. 아무도 긋지 않은 선 위로 넘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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