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하루 종일 이야기를 지을 수 있고
앞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너를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을 수 있으며
믿음 없이도
나아갈 수 있다
너는 작은 실잠자리 날개 위에서 이 세계를 내려다보며
입을 굳게 닫은 채로
네가 보는 것들을 조금씩 깨뜨려볼 수 있다
어떤 갈망 하나를 놓음으로써
자유로부터 풀려날 수 있고
그리하여 끝내 네가 원하던 결말 하나를
손에 거머쥐고
실잠자리 날개 위에 앉아
실잠자리가 조종하는 공중에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그 바람은 너를 잠시
흩뜨려놓고
너는
용서하기를
멈추고
촛불의 일렁거림에 사로잡힐 수 있다
하늘 한조각을 조각내
한모금 들이켤 수도 있고
너 자신과 화해할 수 있기도 하지만
영영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끝내
깨진 장독대 사이로 사라진다
달력이 한장 넘어간다
오랜 원수를 너의 친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너는 네가
너라는 사실을 깜박 잊을 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고
너는 너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