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흐리고 비가 왔다
그사이 누가 다녀가셨나
흰꽃은 피었다 졌네
마당엔 발자국
얼마나 주춤거리다가
대문을 들어섰는가, 그대는
널어놓은 검은 빨래를 누가 걷어놓았을까
나 없이 볍씨를 담그고,
뜬 벼를 걷어내고
잠깐 시간이 남아
말없이 마루를 한번 더 훔치고
돌아갔는가
지싯지싯 매운 내가 오르는
눅눅한 아궁이에
환한 등걸 하나를 지펴
깊숙이 질러놓고 곰곰,
구들을 밟아 떠났는가
이 저녁 나는
허공을 보고 이야기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