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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 관한 두 가지 기억
최영숙

1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

날 선 종이가 살을 베듯

허공을 갈랐다


옥상 근처

짧게, 그것은 왔다, 갔다,

지나가는 구름 한점 없이

(깨달음은 언제나 늦고 운명은 뒤통수를 친다

장미의 벼락을 맞고 헤매던

어둔 골목과 끝도 없이 이어지던

땡볕의 현기를 기억하는가)


그것이, 그놈이 잡아챈

기억의 잔상에는 갈가리 찢긴

작은 새 한마리 있었다


2


어느날이었다

텅, 텅, 창문 쪽에서 부딪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나를 불렀다

까치였다 까치는 닫힌 유리문을 향해

제 몸을 던지고 있었다 텅, 텅, 텅, 텅,


열려라 문이여,

내 언젠가 몸으로 울었으니

한번 닫힌 문은 영원히 열리지 않았다

영혼의 동굴을 울리는 주름진 벽에다 대고

머리를 부딪쳤을 때 텅, 텅, 텅...... 텅, 텅,

그것은 허공이거나 속이 텅 빈 환시였을 것이다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면 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았으므로 돌이 된 기억이 있어

나 지금 여기에 있다


이해할 수 있다, 다시 어느날 까치는

까치가 터엉, 터엉 ...... 검은 날개를 부딪쳐왔을 때

모오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마음이 다하면 몸조차 따라가려는 것

그것이 내게 잊으라 잊으라, 했을 때

세상의 아침은 멀고 저녁은 아주 빠르게 오던 것을,

유리문을 넘치던 푸른 물 흰구름의 파도여

까치의 머리 둔 곳을 내 지금 그리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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