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로 가득한 숲속에서
나무는 얼굴이 어디일까 생각한다
바람의 힘으로 사랑에서 떨어질 수 있다면
이파리들은
나무가 쥐고 있는 작은 칼
한 시절 사랑하다 지는 연인
누군가 보자기가 되어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일
떨어지기 위해 물방울이 시작하는 일
두세해 전 얼었던 마음이
비로소 녹고
어디선가 ‘남쪽’이라는 꽃이 필 것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