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책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
2024년 3월 3일 00:00 토트넘 vs 팰리스. 경기 시작이 자정인지라 본경기를 볼 수 없었던 초등생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패드를 켜고 EPL 하이라이트를 보더니 환호를 질렀다. "손흥민 EPL 13호골, 공동 6위!" 아시안컵에서 복귀한 후 EPL에서 손흥민의 첫골이었다. 아들은 축구 선수 중에 손흥민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로 '인성'이란 대답이 나왔다. "실력도 월드클래스인데, 인성까지 좋잖아요!" 나는 손흥민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입니다."
손웅정 감독이 2010년부터 작성해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 한국에서 나갈 때마다 책을 한 번에 이삼십 권 챙겨가고, 모자라면 인편을 통해서 받기도 했다는 손웅정 감독은 책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를 통해 지금 간절하게 필요한 문장을 찾고 그 통찰을 발판 삼아 지금 처한 상황을 새롭게 보려 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기본, 가정, 품격, 통찰, 행복 등 열 세가지 키워드를 다룬다. 좋은 책은 세 번 이상 정독하고 중요한 부분은 검정, 파랑, 빨강 볼펜으로 표시를 해가며 더 공부를 해야겠다 싶은 것들은 메모를 하며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노트에 필사를 했다면서, 노트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글씨는 쓰는 일과 같았다고 비유를 한다. 축구 인생 50년, 독서 인생 30년, 노트 인생 15년. 이 모든 시간을 가다듬어 지혜로 벼려낸, 지금은 우리가 손웅정의 인생 수업을 경청해야 할 때이다!- 편집 주간회의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신작소설"
<망원동 브라더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신작 소설. 2003년 대전시 구도심에 자리한 '돈키호테 비디오'의 '라만차 클럽'에서 중학생이던 아이들은 돈키호테 아저씨와 한 철을 보냈다. IMF가 쓰나미처럼 스치고 지나간 자리엔 부모의 조기퇴직과 떠밀리듯 개업한 요식업 업장과 필연적인 폐업이 남았고 방치된 아이들에겐 '돈아저씨'와 떡볶이를 먹으며 <고양이를 부탁해> 비디오를 보고 <어린 왕자> 소설을 읽는 시간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돈키호테 아저씨의 산초 역할을 하던 '진솔'은 15년이 지나 다시 대전으로 와서 그때 그 아저씨를 기억해낸다.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로 일하다 조직에 자기 아이템을 도둑맞고 끝내 잘리게 된 솔은 유튜브 컨텐츠로 다시 일어서려 한다. 돈키호테 비디오 자리에 가게만 남기고 사라진 '돈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유튜브 컨텐츠가 그의 기획이다.
돈키호테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라만차와 톨레도, 에스파냐 전역을 달렸다. 시대의 돈키호테 장영수 아저씨를 찾는 솔의 컨텐츠도 대전으로, 서울로, 통영으로 장면을 바꾸며 학생운동, 학원가, 비디오 대여점, 출판사, 영화사에서 펼쳐진 아저씨의 모험을 수집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필요 없는 강의를 파는 일, 저명한 교수의 이름으로 대리 번역물을 출판하는 일과 타협하지 않아 아저씨는 가는 곳마다 불화했다. 상인들에게 두들겨맞는 돈키호테의 모험을 볼 때처럼, 돈아저씨의 실패는 우습고 애처로워서 끝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저씨를 찾는 여정에 동행한 그 라만차 클럽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솔'에게 변액보험, 경제적 자유, 파이프 라인, 마세라티 같은 단어를 말한다. 그때의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어지는 소설. 그 끝에 우리의 '돈아저씨'가 서있을 것만 같다.- 편집 주간회의
"마음의 리듬이 시작되는 시간"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600호를 출간한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새로운 빛깔, 하늘색 프레임 안에 바닷빛이 놓였다. '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났다'는 시인의 말 첫 줄부터 시인이 맡은 눈냄새가 밀려드는 듯하다. 여행산문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애독한 독자에겐 풍경까지 생생할 외딴 곳에 우리가 놓인다.
어디쯤 오고 있나요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가능성> 부분
'더 사랑해야 할 몇몇 얼굴들을 생각하다가' (<기차표>) / '결국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지만 혼자 서 있었다' (<줄>)고 나는 적는다. '오래 액자가 걸린 자리에 사각의 자국이 남겨져 있'(<상실의 배>)다면 나는 바라볼 뿐이다. 이 자국이 놓인 자리에 시 말고 더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사랑과 나의 거리가 멀고, 우리가 멀기에 비로소 발생하는 리듬이 있다. 그러니 해설에 더한 이광호의 문장처럼 적을 밖에. '그리고 이병률이다. 말이 더뎌지는 순간이야말로 그 마음의 리듬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라고.(171쪽)- 편집 주간회의
"율의 시선을 따라가면"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의 신발 뒤축을 자주 본다. 걸음걸이에 따라 직업에 따라 신발의 모양은 다 다르다. 그 뒤축은 신발과 또 다르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거나 세월에 따라 해어진 가죽과 천들... 모르는 사람의 신발 뒤축만 보아도 꽤나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타인과 절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으며 친구들과도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는 '안율'도 비슷하다. 꽁꽁 숨겨 왔던 상처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사람의 발만 보는 아이. 어느 날 자신을 북극성이라 부르라는 '이도해'를 만난다. 어쩐지 이 애와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도해와 안율은 다른 듯 비슷하게 특이하고 이상하니까. "비정상이라는 말이 그리 좋은 뜻이 아닌데도 이도해는 그 단어를 꼭 칭찬처럼 내뱉"는다.
백온유 작가는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며 추천사를 남겼다. 읽다 보면 율이처럼 시선이 바닥에서 하늘까지 올라가는 걸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편집 주간회의
"정희원 교수 강력 추천"
"99881234!" 작년에 노년층 사이에서 한창 유행했던 건배사다. 99세까지 팔팔(88) 하게 살다 1,2,3일만 아프고 죽(死)자는 뜻이란다. 쌩쌩하게 오래 살다 고통 없이 죽기, 대부분의 사람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가장 큰 범위의 목표일 것이다. 이것은 스탠퍼드 의대의 장수 의학 권위자인 저자, 피터 아티아 박사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25년 연구의 내용을 갈무리하여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 바로 이 책이다.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그는 현대 의학에 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느낀다. 왜 의학은 병 진단을 내린 후 사후 대처를 하는 방식에만 집중하는가. 그것은 오늘날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인 노화, 노화에 따른 만성 질병에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노화에 의한 만성 질환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몸속에서 징후가 시작되고 쌓이다 뒤늦게 가시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학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운동, 식단, 수면, 정서 건강 등 생활습관을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전술과 대처법이다. 단어 하나하나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에서 매번 나오는 것들이라 김이 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뻔하지 않다. 저자가 전문적인 연구 결과로 뒷받침하며 들려주는 이 요소들의 중요성과 개인별 최적화라는 특이점은 우리의 올바른 생활 방식을 긴장하고 점검하도록 만든다. '저속 노화'의 전도사 정희원 교수를 비롯하여 국내의 여러 명의들과 오프라 윈프리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매일의 삶을 사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매일 아침 알람으로 눈을 뜨고 회사로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이 되면 살짝 들뜨지만 설렘은 오래가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급격히 사그라든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일주일을 준비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분기가 가고, 그렇게 한 해가 흐른다. 그러다가 문득 두려워진다.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의 저자 김신지가 바로 이 같은 질문에 이 책을 통해 답을 준다. 24절기가 주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이라고. 저자는 24절기에 따라 1년을 살아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청명 즈음에는 꽃비를 맞으며 산책하고, 하지에는 제철 감자로 요리를 해보고, 입동에는 그간 뜸했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며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해 본다.
이 계절에 맞는 꼭지를 읽어도 좋고, 곧 다가올 그리운 계절을 그리며 그에 맞는 글을 읽어도 좋은 책이다. 곧 다가올 소만 즈음에는 (2024년엔 5월 20일.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로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 나만의 여름 맞이, 매실을 사다 깨끗한 유리병에 설탕과 함께 차곡차곡 담아야겠다. 그리고 잠시 오늘도 수고한 나를 토닥여 줘야겠다.- 편집 주간회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산악지대의 어느 시골 마을, 허름한 트레일러 주택에서 소년은 태어났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자인 십대 미혼모 엄마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다가 정신을 잃었고, 엄마의 배속에서 나와 아직 양막에 쌓인 채 그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발견한 것은 이웃집의 페곳 아주머니였다. 소년은 DC보다는 마블 - 그중에서 울버린을 가장 좋아했고, 페곳 아주머니의 손자 메곳과 어울렸다. 태어나기 전 사고로 죽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구릿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은 본명인 데이먼으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다.
라이터스 다이제스트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미국 국가인문학훈장 수훈 작가 바버라 킹솔버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19세기의 제도적 빈곤과 그로 인한 아동 학대의 생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현대 독자의 감성에 맞추어 다시 썼다. 킹솔버는 최악의 난과 위기들이 패키지처럼 펼쳐지는 가운데에서도 결코 신랄한 재치와 생존을 위한 맹렬한 의지를 잃지 않는 데몬의 눈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현대의 ‘진짜’ 가난, 구질구질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약쟁이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약쟁이가 된다.’는 자조적인 독백에도 불구하고, 삶의 위기에 맞서는 데몬에게는 그의 삶을 지켜보게 만드는, 그래서 800페이지가 넘는 책장을 끝까지 넘기게 만드는 거침없는 힘이 있다.
작가는 말한다. “어두운 곳에서 매일 배고픈 채 깨어나는 아이들, 가난과 고통의 알약에 가족을 잃고, 담당관은 계속해서 그들의 서류를 잃어버리며, 투명 인간이 되었거나 투명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너희를 위한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생애주기 호르몬 사용설명서"
세상의 부조리가 유독 하나하나 크게 보이고 사람들의 무례함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느낄 때, 까딱하면 이제 나 곧 소리를 지를 수도 있겠다 싶을 때, '설마'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번뜩 스쳐 지나간다. 슬며시 달력을 꺼내 본다. 어김없다. 정확히 생리 일주일 전이다. 좌절스럽다. 호르몬에 또 당했다. 몸의 작용에 그리 둔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호르몬의 위력을 통감할 것이다. 매달 당해도 거의 매번 방어에 실패한다. 호르몬, 그게 대체 뭐길래 내 감정을 이리 무지막지하게 조종하나. 그래도 PMS 증후군에 관한 한 호르몬의 작용은 날짜 계산으로나마 알 수 있기라도 하지, 그 외에 내 몸과 마음에 어떤 호르몬이 얼마나,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막연히 상상해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내 의지라는 것은 사실 호르몬의 의지인걸까? 호르몬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들에 답한다. 세계적 내분비 전문의인 저자가 인간의 생애 주기에 따라 어떤 호르몬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들려준다. 산모의 만성 스트레스, 그러니까 코르티솔의 과도한 분비는 아이가 태어나고 난 이후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후 첫 1~3년, 아기의 뇌에선 호르몬 폭풍이 일어나는데 이 시기가 앞으로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과체중과 호르몬 사이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고, 피임약은 기억력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노인의 식욕 감퇴 역시 호르몬과 연결되어 있다. '내 몸이 왜 이럴까', '인간은 왜 이럴까'와 같은 질문들에 호르몬이 줄 수 있는 답변이 많다니 놀랍다. 호르몬에 관한 체계적인 교양서로서 이 책은 몸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눈을 뜨게 한다. 몸과 건강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시인으로 20년, 박연준 신작 시집"
스무 살의 나는 하루에도 아홉 번씩 죽었다
서른 살의 나는 이따금 생각나면 죽었다
마흔 살의 나는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시인하다>
시인으로 20년을 보낸 박연준이 5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을 냈다. 산문 <듣는 사람>(2024), <고용한 포옹>(2023)과 소설 <여름과 루비>(2022)등을 발표하며 시의 안팎을 오가는 사이 스무 살에서 마흔 살로 시간이 갔다. 많은 죽음이 지나가니 '하루에도 아홉 번씩' 죽던 마음은 이제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유별난 슬픔이 잔잔해진 곳에서 화자는 이제 작은 것들을 본다. '이제부터// 작은 것에만 복무하기로 한다'(<유월 정원>)는 다짐으로 살아남은 자의 책무인 것처럼 작은 것들과 눈을 맞춘다. 절절 끓는 이에겐 부드러워질 시간이 기필코 올 것임을, 이미 액체로 녹은 이에겐 더 작아지고 더 순해져 기화할 시간이 반드시 올 것임을 예감하는 말과 함께 시의 리듬으로 말소리가 나직나직 작아진다.
끓여서, 잊는 거죠
질긴 시간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감각이 액체로 녹을 때까지
<나는 당신의 기일(忌日)을 공들여 잊는다>- 편집 주간회의
"유튜버 밍찌의 기발한 맞춤법 공식"
명색이 한국어가 제1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구사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표현이 맞는 말일까? 모든 언어가 그러하겠지만 사용자끼리의 규칙인 맞춤법은 너무 어렵다. ('너무'는 부정적인 뜻을 나타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부사였는데 최근 그 쓰임이 확장됨에 따라 긍정적인 표현에도 쓸 수 있게 되었다.) SNS 상에 맞춤법이 틀린 채로 글을 올리면 영원히 '박제'되어 고통받을 수도 있다. 인터넷상에 글을 쓸 때는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면 된다지만 실제로 글을 써야 하는 시험에서 맞춤법이 틀린다면?
전 대치동 국어 강사인 유튜버 밍찌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맞춤법 100개를 정리하여 소개한 이 책은 그의 전 직업정신이 십분 발휘되어 기발한 방식으로 맞춤법을 쉽게 알려준다. 가령, 공중파 방송 및 신문에서도 심심치 않게 틀리는 '피다'와 '피우다'를 살펴보자. 목적어가 있는 것들은 '피우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그러니까, 담배는 피는 게 아니라 '피우다' 란 말이다. 바람은 '후후' 불고 '우우' 피우고. 헷갈린다면? 밍찌의 공식처럼 '우우'로 외우면 되겠다.
맞춤법?그게먼데?안지키면외않되? 밍찌 작가는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한 단계 레벨 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맞춤법 지키기"라고.- 편집 주간회의
"금서 가이드북"
카프카는 책이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지만 책이라는 도끼의 특징은 내면만 깨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내면이 깨부수어진 사람은 반드시 바깥세상의 어느 지점도 깨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떤 책들은 금서가 된다. 세상이 얼어붙은 채로 가만히 있길 바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빨간 선 너머의 영역은 언제나 매혹적이고, 금서가 존재하는 한 금서의 독자 또한 존재한다. 문화부 기자인 저자는 이 붉은 책들의 탐험가로서, 역사의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는 금서 30편을 꼭 붙잡아 이 책에 묶어 두었다.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 아이리스 장의 <난징의 강간>, 팡팡의 <우한일기>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 등 금서로 지정되었거나 현재도 금서인 책들의 내용을 설명하며 책은 이들이 왜 금서가 되었는지, 금서의 지정으로 인해 저자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까지 함께 들려준다. 책 속의 내용도, 책을 둘러싼 현실의 상황도 주로 무겁고 안전하지 않은 이야기다. 책이 가진 불온한 힘은 때로 그것을 쓴 작가마저 파괴해버린다.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 책이 담은 진실이 역사 속에서 유효하다면 그 책은 어떻게든 독자를 찾고 살아남아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어떻게든"의 한 방식일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의 사회파 미스터리"
지방 소멸, 고령화, 인구감소…남의 일 같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암담한 현실이지만, 일단은 소설의 이야기다. 네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병해 인구 6만을 유지하고 있는 난하카마시에는 모든 주민이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요양센터로 떠난 후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마을 ‘미노이시’가 있다.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지역에서 이사 오는 주민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I턴 프로젝트’를 시작, 업무를 전담할 ‘소생과’를 신설하며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공무원 만간지는 소생과로의 전보를 일종의 좌천이라고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을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요네자와 호노부가 드물게 선보이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소도시를 부흥시키려는 공무원과 희망을 안고 이주해 온 주민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는 필치로 담아냈다. 책은 어찌 보면 소소하고 또 우연의 일치에 불과해 보이는 일군의 사건들이 이어지는 단편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종장에 이르러 그 모든 우연처럼 보였던 것이 우연이 아니고, 호의로 보인 것이 호의가 아님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놀랍고도 씁쓸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담아낸 작가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가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그야말로 나의, 우리의 ‘비극’이다.- 편집 주간회의